次道峯書院韻(차도봉서원운)
次道峯書院韻(차도봉서원운)
촌은 유희경[劉希慶, 1545~1636]
石路崎嶇入翠微(석로기구입취미)
風泉吼壑遶巖扉(풍천후학요암비)
層厓雨過葉初嫩(층애우과엽초뢰)
古洞春深花亂飛(고동춘심화란비)
在世豈知今日是(재세일지금일시)
遊山方覺去年非(유산방각거년비)
傷心謁罷先賢廟(상심알파선현조)
獨立蒼茫無所歸(독립창망무소귀)
돌길은 들쭉날쭉 푸른 산으로 이어지고
바람 부는 샘이 골을 울리고 바위틈을 감도네
벼랑에 비 지나가자 나뭇잎은 물이 돌고
옛 골짜기에 봄은 깊어 꽃잎이 나부끼네
살면서 어찌 오늘이 옳을 줄 알겠으며
산 노니니 비로소 지난날 글렀음을 알겠구나
슬픈 마음으로 선현의 묘당을 배알하고 나서
홀로 창망하게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 임종욱 역
※ 吼:부르짖을 후/嫩:어릴 눈, 색깔이 엷을 눈 뢰
望道峯作(망도봉작)
望道峯作(망도봉작)
서계 박세당: 1629(인조 7)~1703(숙종 29).
奇巧心偏怪化翁(기교심편괴화옹)
幾般摶弄妙難窮(기반단농묘난궁)
萬形掩翳黃塵下(만형엄예황진하)
一骨嵯峨碧落中(일골차아벽락중)
看月不妨人界黑(간월불방인계흑)
散花長得佛天紅(산화장득불천홍)
半崖松老危巢倒(반애송노위소도)
數片雲隨鶴背風(수편운수학배풍)
조화옹의 기교에 마음 몹시 놀라니
수많은 손놀림이 신묘 막측하구나
온갖 형상이 땅 아래에 조밀한데
한 바위 봉우리가 창공을 찌르네
달을 보매 세상의 어둠 아랑곳없고
꽃을 흩날리매 내내 하늘이 붉어라
벼랑 중턱 노송에 걸린 높다란 둥지
몇 조각 구름이 학의 뒤를 따르네
※ (偏:치우칠 편/般: 가지(종류를 세는 단위) 반/摶:뭉칠 단/窮:궁구할 궁/掩: 가릴 엄/翳: 가릴 예/掩翳:가리어 숨김/嵯:우뚝 솟을 차/峨:높을 아/佛:비슷할 불/倒: 넘어질 도)
秋日(추일)
秋日(추일)
백사 이항복:1556(명종 11)~1618(광해군 10)
世事乘除異(세사승제이)
人情寵辱驚(인정총욕경)
霜天道峯色(상천도봉색)
突兀滿懷靑(돌올만회청)
세상일은 승제가 서로 다르고
인정은 총욕이 놀라게 하도다
가을 하늘의 도봉산 빛은
우뚝하여 가슴에 가득 푸르구나
道峯霽雪(도봉 제설)
道峯霽雪(도봉 제설)
瑤空逈無閡(옥공형무핵)
玉筍森成列(옥순삼성렬)
一抹曉光紅(일말효광홍)
夜來知有雪(야래지유설)
멀리 막힘 없이 툭 터진 하늘 위로
옥빛 죽순마냥 삼엄하게 늘어선 산
한 가닥 새벽빛에 온통 붉게 물드나니
아, 밤 사이에 눈이 내려오셨나 봐
※ (瑤:옥돌 요/閡:막힐 핵)
祝石嶺望道峯(축석령망도봉)
祝石嶺望道峯(축석령망도봉)
청음 김상헌:(金尙憲, 1570년~1652년)
淸曉歸程凍雪晴(청효귀정동설청)
道峰高出玉崢嶸(도봉고출옥쟁영)
二年關塞經心處(이년관새경심처)
今日還疑夢裡行(금일환의몽리행)
맑은 새벽 돌아오매 눈은 얼어 맑거니와
높이 솟은 도봉산은 옥 솟은 듯 아름답네
이 년 동안 변방에서 늘 그리던 곳이기에
꿈속에서 가는 건가 오늘 되레 의심하네
(崢:가파를 쟁/嶸:가파를 영/關塞:변방 요새)
萬丈峰(만장봉)
萬丈峰(만장봉)
大龍抽正榦(대용추정간)
千里勢蜿蜒(천리세원연)
劍佩趨環闕(검폐추환궐)
珪璋斂拱天(규장렴공천)
基宏於萬世(기굉어만세)
功博屢豐年(공박루풍년)
過路聞絃誦(과로문현송)
剩敎一壑專(잉교일학전)
큰 용이 곧은 줄기 뽑으니
그 형세 천리에 뻗쳐 있네
칼 차고 달려와 대궐을 에워싼 듯
홀 잡고 의연히 하늘을 향한 듯
만대의 굉장한 기업 이룩하고
해마다 풍년드니 그 공적 드넓네
지나는 길 글 읽는 소리 들리니
이 골짜기 유독 아름다워 보이네
※정조 16년(1792) 9월 10일 광릉으로 가던 중 누원에서 짓다.
(榦:줄기 간/蜿:굼틀거릴 원/蜒:구불구불할 연/佩:찰 폐/趨:뒤쫒을 추/環:고리 환, 두를 환/珪:홀 규/璋:홀 장/斂:거둘 렴/拱:마주 잡을 공/屢:자주, 언제나 루/剩:더욱 잉)
卿亦知此中山川之美乎? 璧立東北者, 是萬丈峰也。秀麗淸淑之氣, 扶輿磅礴之勢, 翔翥奔騰, 甚可觀也。曾聞堪輿者, 遇風水佳處, 輒喜而欲舞, 良非過語也。(경역지차중산천지미호? 벽립동북자, 시만장봉야. 수려청숙지기, 부여방박지세, 상저분등, 심가관야. 증문감여자, 우풍수가처, 첩희이욕무, 양비과어야.)
경 또한 이곳 산천의 아름다움을 아는가. 동북쪽에 절벽이 서있는 곳이 만장봉(萬丈峰)인데 수려하고 깨끗한 기상과 천지가 개벽하기 전의 형세가 나는 듯 뛰는 듯 하니 매우 볼 만하다. 일찍이 풍수가(風水家)의 말을 들어보니 풍수가 아름다운 곳을 만나면 매양 기뻐서 춤을 추고 싶다고 하였는데 참으로 지나친 말이 아니다.
(磅:돌 떨어지는 소리 방/礴:뒤섞일 박, 널리 덮을 박/翔:날 상/翥:날라오를 저/騰:오를 등/堪輿:하늘과 땅>견딜 감, 하늘 감/수레 여, 땅 여<, 堪輿者: 풍수가/輒:언제나 첩)
정조 16년(1792) 9월 10일 광릉으로 가던 중 미아리에서.
入道峰(입도봉)
入道峰(입도봉)
김창협 [金昌協]1651(효종 2)~1708(숙종 34)
靑峯萬丈出(청봉만장출)
遠識靜菴祠(원식정암사)
蕭瑟初冬候(숙비초동후)
蒼茫數子期(창망수자기)
寒流渡馬淺(한류도마천)
老菊向人垂(노국향인수)
倚杖雩壇久(의장우단구)
春游憶在茲(춘유억재자)
푸른 산 만 길 높이 솟아 있는 곳
그 아래 정암 사우 자리 잡았지
초겨울 날씨라서 쌀쌀도 한데
몇 사람 그곳에서 모이자 했네
차가운 물 말 몰아 건너가는데
시든 국화 날 향해 고개 떨구네
막대 짚고 기우제단 서성이자니
이곳에서 즐겼던 지난 봄 추억
※ (蕭:쓸쓸할 소/瑟:쓸쓸할 슬/候:기후 후/茲:이곳 자)
道峯晴雲(도봉청운)
道峯晴雲(도봉청운)
용재 이행:(李荇) 1478(성종 9)∼1534(중종 29)
雲從虛處生(운종처처생)
峯向空中橫(봉향공중횡)
邂逅作媚娬(해후작미무)
朝日弄新晴(조일농신청)
宴坐自娛翫(연dddd좌자오완)
主人亦忘情(주인역망정)
구름은 빈 곳에서 일어나고
봉우리는 공중에 비끼었나니
이 둘이 만나 고운 자태 짓고
아침 해는 맑게 갠 하늘 비춘다
고요히 앉아 이 광경 구경하는
주인 또한 속세의 정을 잊노라
※ (娬:아리따울 무/娛:즐길 오/翫:희롱할 완)
題道峯書院(제도봉서원)
題道峯書院(제도봉서원)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
蒼崖削立洞門開(창애삭립동문개)
澗水潺湲幾曲廻(산수잔원기곡회)
堯舜君民當世志(요순군민당세지)
廟前空有後人來(묘전공유후인래)
푸른 절벽 깎아 세운 듯 동구 열렸으니
도랑물 잔잔히 몇 굽이 돌아왔나
요순 군민 만들려는 당시의 뜻을
부질없이 후인들 사당 앞에 와서 기리네
※ (削:깍을 삭/潺:졸졸 흐를 잔/湲:물 흐를 원)
도봉(道峰)
도봉(道峰)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나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을 되돌아 올 뿐
산 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움일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도봉 (道峯)
도봉 (道峯)
비로 젖은 옷을 바람에 말리도다
한고개 넘어 드니 숲속에 절이 있고
그 앞에 바위 엉서리 물은 불어 흐른다
돌고 도는 빙에 덩불과 바위서리
푸른닢 욱어지고 하고 붉은 꽃도 피어
옮기는 발자욱마다 향기 절로 일어라
또 한골 찾아드니 어욱이 안옥하다
조고만 들건너 에두른 뫼와 뫼히
나붓이 그 등을 숙이고 강이 또한 보인다
만장봉(萬丈峰) 만장바위 천축(天竺)의 여러 폭포(瀑布)
이 돌 이 물이야 또 어대 없으리오
내 마음 이곳에 드니 내 못잊어 하노라.